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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며 가르치고, 가르치며 배운다
사람과 사람들 / 도봉여성센터 새내기 강사 박혜란

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이경걸 기자

강의 중인 박혜란 강사
▲ 박혜란 강사가 도봉여성센터에서 타로 과목 강의하고 있다.

연식(年式)이 좀 오래되긴 했는데, 직장인들 사이에 ‘상사(上司, 윗사람)의 네 가지 유형’에 대한 우스갯소리가 유행한 적이 있다. 상사의 유형은 ‘멍게형’, ‘멍부형’, ‘똑게형’, ‘똑부형’이 있는데, 이 가운데 가장 골치 아픈 상사는 ‘멍부형’이요, 가장 바람직한 상사는 ‘똑게형’이라는 것이다.
청한데 지런한 상사는 앞뒤 사정없이 일을 벌여놓는 바람에 아랫사람이 몸과 마음이 고단하고, 똑한데 으른 상사는 일의 핵심을 콕 짚어 방향을 제시할 뿐 세부적인 일은 아랫사람에게 맡기므로, 운 좋게 그런 상사를 만나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제대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면 ‘멍게형’과 ‘똑부형’은 어떠할까? 청하면서 으르니 아랫사람이 할 일이 별로 없고, 똑하면서 지런하니 아랫사람이 할 일 너무 많다는 게 일반적인 정설이다.

2월 8일 12시를 조금 지나서부터 한 시간 남짓, 도봉여성센터 2층에 커피도 마시고, 책도 읽고, 조용조용 담소도 나눌 수 있게 꾸며놓은 곳에서, 방금 강의를 마친 박혜란 강사를 만났다. 그다지 길지 않은 시간이었는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대강의 줄기를 간추리면 남들과 비슷하게 살아가는 이야기, 열심히 글을 쓰고 뭔가를 끊임없이 배우는 이야기, 배운 것을 가르치는 이야기,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살아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이야기의 주제는 여러 가지였으나,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한결같이 느껴지는 ‘느낌’은 ‘정말 똑하고 지런하다’였다. 만약에 ‘똑부’에도 등급이 있다면 상위 10%에 들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래서 문득 오래된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나 보다. 그래서 또 생각해보았다. ‘멍게’, ‘멍부’, ‘똑게’, ‘똑부’라는 잣대를 어찌하여 상사에게만 적용하는가? 내가 어떻게 살았고, 살고 있으며, 살아갈지를 가늠하는 잣대일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나는, 그리고 그대는 ‘멍게’, ‘멍부’, ‘똑게’, ‘똑부’ 중에서 어떤 모양새로 살고 있는가?

‘도봉여성센터에서 타로 과목 강의하는 박혜란 강사’라고 부르려니 너무 길다. 그래서 ‘도봉여성센터에서 타로 과목 강의하는 박혜란 강사’라고 쓸 자리에 간단히 ‘그녀’라고 표기하려는데 동의하는가? 그러니까 ‘그녀’는 곧 ‘도봉여성센터에서 타로 과목 강의하는 박혜란 강사’라는 뜻이다.

하하하! 좋으실 대로. ‘도봉여성센터’의 ‘강사’라는 점을 강조하는 걸 보니 인터뷰하는 이유를 짐작하겠다. 얼마 전까지 수강생이었는데 강사가 되었으니 그게 얘깃거리가 된 모양이다.

들어보니 하는 일이 참 많기도 하거니와 다양하다.

남들도 그렇게 살지 않나?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솔직히 조금 벅차긴 하다. 엄마, 아내, 며느리, 딸, 수강생, 강사, 소설가, 자원봉사자, 블로거…. 손꼽아보니 많긴 많다. 그래도 뭐, 할 만하고, 할 수 있으니, 하는 거다.

서른과 마흔 사이의 여성들이 대부분 그러하듯 그녀 또한 아이와 남편과 양가 부모를 챙기며 살아가는 데 있어 유별한 건 없다. 다만, 그렇게 살아가는 가운데 또래보다 더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움직여서 현재의 내력과 이력을 갖게 되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총 5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너의 첫사랑〉 〈안녕 후크〉 〈나의 빨간 머리 앤〉은 전자책이고, 〈너를 부르다〉 〈OH MY FEELIE〉)은 종이책이다.
그녀는 블로거이기도 하다. ‘까만토깽이’라는 이름으로 블로그(https://blog.naver.com/8055rabbit)를 운영하면서 소설, 취미, 일상생활, 배우는 일(손 그림 일러스트, 샌드아트, 캘리그라피, 인문학 등)을 여러 사람과 공유하며 소통하고 있다.
자원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아이가 다니는 월천초등학교 ‘책그루어머니회’에서 도서관의 여러 가지 일을 챙기며 매년 열리는 도서관 축제를 기획하고 진행한다. 또 학교폭력자치위원회의 일원으로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일에도 열심을 내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일을 제대로 해내려면 그야말로 똑똑하고 부지런해야 할 텐데….

똑똑한 건 모르겠는데, 부지런한 건 맞다. 특히 뭔가를 배우는 일에 부지런한 편이다. 그래서 늘 종종거리며 산다. 그런데 그게 재밌다. 생동감이랄까? 활력이랄까? 올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해서 그런지 더 그렇다. 바쁘고 힘들어도 즐겁게 하고 있다.

그녀가 더 바빠졌다. 새로운 일이 생겨서 온통 그 일에 정신을 쏟고 있다. 이번 일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할 만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하고, 그것이 있는지 없는지를 엄격하게 따지는 검증을 통과해야 한다. 또 하기로 했으면 반드시 해야 한다. 혼자의 일이 아니라 여러 사람이 유기적으로 맺어진 일이므로 정해진 장소와 시간을 지켜서 하기로 한만큼을 해야 한다. 그러니 절대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그녀는 올해부터 자타가 모두 인정하는 ‘강사’가 되었다. 도봉여성센터에서 타로 카드 기초과정인 컬러 카드 과목을 맡아 금요일마다 수강생들을 만난다.
그녀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생학습관이나 도봉여성센터 같은 여러 배움터를 찾아다니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또 배우던 여러 수강생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랬는데 이제는 강의실에 앉아 있는 여러 수강생을 가르치는 한 명이 되었다. 수강생에서 강사로, 책상에서 강단으로, 돈을 내는 아마추어에서 돈을 받는 프로가 된 것이다.

박혜란 강사

강사가 되기까지 혹은 강사가 되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쳐 왔는가?

미리 말하건대, 강사가 되겠다고 작정해서 뭔가 남다른 짓(?)을 한 적은 없다. 그냥 열심히 하다 보니까 기회가 왔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을 뿐이다.
2017년 1월 타로계에 입문했다. 도봉여성센터가 개설한 타로반 제1기 수강생이었다. 그때부터 꼬박 2년 동안 타로를 팠다. 강의도 7번 반복해서 들었다. 그동안 딱 2번 결석했다. 거의 매일 타로 카드를 뽑아 카톡을 이용해 선생님께 보여드리고 피드백을 받았다.
무림의 고수가 수제자를 양성하듯 선생님께서 신경을 많이 써주셔서 남보다 조금 배움이 빨랐다. 배운 것을 활용하려고 여러 곳에서 재능기부도 많이 했다. 학교나 마을에서 축제가 열리면 부르지 않더라도 찾아가서 타로 판을 펼쳤다. 그렇게 내공을 쌓았다.
그러던 중에 기회가 왔다. 2018년 가을이었다. 선생님이 말했다. 이제는 하산해도 좋다고. 덤으로 강사 자리까지 제안했다. 사정이 생겨 더는 강의할 수 없다며 넌지시 등을 떠밀었다. 많이 망설였다. 할 수 있을까? 음, 해보기로 했다. 도봉여성센터에서 면접을 봤다. 강사 경험이 없지만, 기꺼이 맡기겠노라 했다. 감사했다. 그렇게 해서 강사가 되었다.

그렇게 강사가 되니 어떤 점이 좋은가?

아직은 강사라는 호칭이 낯설다. 나의 현재 상태는 수강생 반, 강사 반이다.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운다. 전문 용어(?)로 교학상장(敎學相長)이라고나 할까? 그러다 보니 좋은 점이 많다. 수강생들이 배우고 싶은 것, 궁금한 것, 바라는 것을 먼저 헤아려서 강의에 반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강사가 되니 좋다. 그리고 재미도 있다. 새로운 일은 누구에게나 설레지 않는가? 나도 그렇다.

그녀는 ‘재미있다’고 말하는데, 그녀의 표정은 ‘행복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할 수 있는 일을 잘하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어서 그렇게 들리나 보다. 재미든 행복이든 아무거든 어떠하랴. 똑똑하다고 자만하지 않고, 부지런히 노력하면 마침내 좋은 날이 오리니. 그러므로 그녀를 ‘똑부’라 칭하는 것은 딱 맞는 말이다. 그녀에게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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