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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름날 ‘두물머리’에서
《조수봉의 포토에세이》

글·사진 조수봉

그때는 그랬다. 뿌연 먼지를 달고 지방 어느 곳인가를 향하던 낡은 시외버스가 아무 표지도 없는 길가에 아버지와 나를 동댕이치고는 또다시 뿌연 먼지를 꽁지에 달고 거의 어린 내 손바닥만큼해 보일 때쯤 “쏴~~”하는 참매미들의 합창이 시작되곤 하였다. 60년대 이야기다.

두물머리 풍경

배 견지를 즐겼던 아버지는 시간만 나면 나를 데리고 북한강, 남한강 이곳저곳 여울목 언저리에 낚싯배를 띄우셨다. 마장동시외버스터미널(원래 명칭은 ‘용두동시외버스정류장’이다)에서 나는 종착지가 어딘지도 모를 버스 창가에 앉아 오늘의 어획량 따위는 아랑곳 않고 그저 열어젖힌 창으로 들어오는 시원한 바람과 스치는 풍경이 좋아 그렇게 아버지의 한 발짝에 두 발짝씩을 내며 잰걸음으로 따라나섰는지도 모른다.

그즈음 가장 자주 가던 곳, 이제 생각하면 그곳이 지금의 양수리쯤이었으리라는 짐작이다. 물론 그때는 팔당댐이 건설되기 전이라 지금의 풍경과는 사뭇 다른 -더 시골스럽고 평온한- 모습이었겠지만 말이다. 버스에서 내리면 오른쪽으로 약간의 비탈 그리고 그곳을 내려서면 어린 내 키의 두 배는 될 성싶던 옥수수나무 밭 사이로 사람 그리운 강아지가 마중 나와 길을 인도하던 곳. 쓰러져 가는 초가집이 한 채. 텃밭엔 퍼런 고추, 보랏빛 가지 그리고 이름 모를 푸성귀들이 무심하던 곳. 하도 자주 가니 주인 할아버지는 우리를 아들, 손자 보는 듯 하였고 셈을 치른 아버지는 빌린 배에 올라 강으로 강으로 노를 저어 나가곤 하였다.

두물머리 나루터

두물머리는 두 개의 물줄기,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 한강을 이루는 곳이다 해서, 양수리(兩水里)다. 지금은 가족들의 쉼터, 연인들의 추억 만듦터, 사진인들의 메카인 곳. 그곳이 바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 양수리’인 것이다. 지금은 찾는 이가 많아져 영업집도 많이 생기고 하여 휴일에는 주차장에 차를 대기 힘들 정도의 번잡한 곳으로 변하였지만 그래도 이래저래하여 물가로 나가면 탁 트인 전경이 도시인의 응어리를 한껏 씻어 주는 곳이다.

1973년 팔당댐이 완공되기 전에는 강 이쪽저쪽을 잇는 나루터가 있었고 새하얀 모래사장이 끝없던 곳이었지만 댐이 생기고 난 후에는 물이 갇혀 호수로 변한 곳이다. 지금의 옛 나루터에는 관상용으로 만들어 띄워 놓은 황포 돛단배도 있고 하여 그나마 옛 정취를 느낄 수는 있으나 그래도 백미는 두 물길이 만나는 두물머리 꼭지에 서서 무심한 호수를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 자리에 서있는 ‘두물경’ 표석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남한강 북한강 하나 된 두물머리, 겨레의 기적이 숨 쉬는 우리의 한강!’

운길산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두물머리 이곳저곳 구경을 마쳤다면 이제는 발길을 산으로 돌린다.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 하지 않는가! 양수대교를 건너 운길산(雲吉山) 수종사(水鐘寺)로 향한다. 수종사는 세조와 관련이 있는 절집이다. 두물머리 구경에 낮 시간을 다 쓰고 오른 수종사는 벌써 저녁 예불 준비다. 다실(茶室) 삼정헌(三鼎軒) 기둥에 기대어 은근한 낙조에 드는 두물머리를 내려다보는 맛에 내가 지자(知者)인지 인자(仁者)이니 나 자신도 모를 일이다.



[2019-08-28, 09: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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