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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 게 아주 좋습니다”
사람 & 사람들 / 산수화 강의 신홍식 님

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이경걸 기자

신홍식 님

신홍식 님을 처음 만난 건 두 달 전쯤이다. 평생교육관에서 우연히 만나 인사를 나누었다. 조선 시대 산수화에 관한 강의를 하고 있다고 했던가? 강의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던가? 초면에 꼬치꼬치 캐묻는 게 예의가 아닌 것 같아 정확히 확인하지 못했다. 그 대신 교과서에서 보고 들었던 여러분을 소개받았으니 바로 정선, 김홍도, 신윤복, 안견 등이었다.
무릇 이 세상에는 숨은 고수가 많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또 우연히 조선 시대 산수화에 관한 대가(大家)를 만날 줄이야. 그것도 우리 동네에서….

그리하여 신홍식 님을 잘 안다는 분께 부탁하여 〈평생이음〉 ‘사람 & 사람들’에 모시게 되었다. 올해 나이 74세, 1970년대 초부터 도봉구 도봉2동에서 살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살아갈 것이고, 1964년에 서울시 공무원에 임용되었다가 건설교통부와 중소벤처기업부를 거쳐 2001년에 정년퇴직했다.

10월 11일, 약속했던 시간에서 10여 분쯤 지났을 무렵 서둘러 뛰어온 듯한 신홍식님을 만났다. 장소는 도봉구청 1층에 있는 구민청이었다.
신홍식님은 늦어서 미안하다고 했다. 불과 10여 분 늦었을 뿐이니 그렇게까지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련만, 입꼬리를 살짝 올려 웃으며 깍듯하게 예의를 차렸다. 매주 금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열리는 ‘시(詩) 모임’을 끝내고 부리나케 왔노라 했다. 헐…, 산수화(山水畵)가 아니고 시(詩)라고?

시(詩)라니요? 산수화(山水畵)는 어쩌시고요?

하, 하, 하! 산수화도 하고, 시도 하고, 서예도 합니다. 물론 이 가운데 가장 재미있고 자신 있는 분야는 산수화지요. 오래전부터 꾸준히 공부를 해왔으니까요.

오래전이라면 언제를 말하는 걸까? “초등학교 때부터 붓글씨에 소질이 있었어요. 그러니까 그때부터가 아닐까요?”라고 웃으며 말했는데, 그건 좀 아닌 것 같다. 공무원 생활을 할 때 취미 삼아 수시로 인사동을 들락날락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리 문화에 관심이 깊어졌고, 그 당시 안휘준이 지은 『한국미술사』를 감명 깊게 탐독하면서 한국화의 흐름을 깨우치게 되었단다.

그러시군요. 일전에 말씀하셨던 산수화 강의는 잘 진행되고 있는지요?

제가 산수화 강의를 한다고 했던가요? 그게 아닐 텐데요. 그동안 산수화에 관한 공부를 열심히 해왔으니 그렇게 공부한 것을 주변 사람들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그런 강좌를 개설하면 참 좋겠다, 그렇게 말했던 거 같은데…. 아무튼, 현재 산수화를 강의하고 있는 건 아니고, 앞으로 산수화 강의를 해보려고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강의를 맡기면 하실 수 있는지요?

글쎄요. 산수화에 입문한 지 꽤 오래되었고, 그동안 열심히 공부했으니까 강의할 수 있는 ‘지식’은 어느 정도 갖추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강의라는 게 ‘지식’만으로 다 되는 건 아니니까 신경 써서 준비할 게 무척 많습니다. 특히 강의내용에 맞는 그림을 구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요. 산수화를 말로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쉽고, 재미있게 강의를 꾸미려고 합니다. 산수화를 학문적으로 깊이 연구하자는 것도 아니고, 산수화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 조금 높여보자는 건데 굳이 어려울 필요가 있겠습니까?

어떤 강의가 좋은 성과를 거두려면 내용에 못지않게 강사의 역량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같은 내용이라도 어떻게 전달하느냐에 따라 학습 성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신홍식 님은 평생학습관의 강사 양성 프로그램인 ‘강사누리’ 과정을 작년에 이수했다.

만약 강좌가 개설된다면 어떤 내용으로 강의하실 건지요?

조선 시대를 초기, 중기, 후기, 말기로 나누고 각 시대의 흐름을 살펴보려 합니다. 주 1회 2시간씩 총 10시간 정도의 커리큘럼이지요. 평생학습관과 세부사항을 의논하고 있는데 언제쯤 결정이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이 강좌를 수강하면 뭐가 좋은지 물어보았다. 오늘을 살아내기도 힘든데 굳이 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서 산수화를 논하는 게 지나치게 한가하다 싶어 살짝 어깃장(?)을 놓으려는 속셈이었다. 이에 대해 신홍식님은 ‘먹고 사는 문제’만큼 중요한 게 ‘삶의 질’이라며 이렇게 부연했다. 산수화에 들어있는 철학을 깨칠 수 있다. 우리 문화를 바라보는 안목이 달라진다. 인문학적 소양을 높일 수 있다. 기타 등등.

공부하고, 강의 준비하고, 시 모임에 참석하고…. 힘들지 않으십니까?

이렇게 부지런히 움직이는 게 좋은 겁니다. 나이가 좀 많다고 해서 뒷방으로 물러나 있으면 안 됩니다. 100세 시대 아닙니까? 어떻게 사느냐, 정말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저마다 행복하게 사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준비하고, 시도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저는 여기저기 쫓아다니면서 열심히 배우고, 젊은 사람들과 어울려 동아리 활동하는 게 아주 좋습니다. 힘이 좀 들지만 즐겁고 행복합니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리는데 불편한 점은 없는지요?

제가 좀 아둔해서 젊은이들이 불편해하는 걸 모를 수는 있지만, 제가 불편한 점은 딱히 없습니다. 사실 젊은 사람들과 어울릴 때는 신경을 좀 써야 합니다. 특히 나이가 계급이라는 생각은 진작에 버려야 합니다. 나이를 앞세워 뭔가를 대접해달라는 건 ‘꼰대’들이나 하는 짓이에요. 그리고 또 한 가지 정말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과거의 잣대로 현재를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세상이 달라졌지 않습니까? 그런데도 그걸 모르는 사람들이 적지 않아요. 그러니 답답하다는 소리를 듣는 거지요. 시대를 따라갈 수 있도록 부지런히 노력해야 해요. 특히 사람들과 소통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방법을 배워야 합니다. 제 자랑 같지만 저는 열심히 배웠습니다. 아주 좋습니다.

신홍식님은 현재 시 모임, 서예 모임, 동양화 그리기 모임 등에 출석하고 있다. 이들 모임에는 다양한 나이 계층이 모인다. 못 알아듣는 말도 없다. 못할 말도 없다. 모인 사람들은 편안하게 만나서 이야기하고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세대의 간극(間隙)을 메우고 있다.



[2019-10-28, 13: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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