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e-뉴스레터

 
트위터 페이스북
“소녀의 순정”
《조수봉의 포토에세이》

글·사진 조수봉

어느 날 신(神)이 꽃을 만들었다. 먼저 연습으로 대충 만들었단다. 그래서인지 꽃대도 가냘프고 배리배리하다.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애처롭게 하늘거린다. 색도 흰색을 칠해 보고 분홍색도 칠해 봤다가 더 진하게 자주색도 칠해 보고... 그게 지금의 코스모스다! 믿거나 말거나...

코스모스의 순우리말은 “살사리꽃”이다. 아마 바람에 살랑거리는 모습을 그리 표현하였나 보다. 사전적 의미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 높이는 1~2미터이며, 잎은 마주나고 깃 모양으로 갈라진다. 6~10월에 흰색·분홍색·자주색 따위의 꽃이 가지 끝에 한 개씩 피고, 열매는 수과(瘦果)로 10~11월에 익는다. 관상용이고 멕시코가 원산지로 우리나라 전역에 분포한다.’이다. 그 꽃의 꽃말이다, “소녀의 순정”. 누구는 “순결”이라고도 하고 누구는 “우주”라고도 한다만, 아무렴 어떠랴!

강가 풍경

아무도 없는 시간에 지천인 소녀들을 만나고픈 욕심에 어둠을 마다않고 차를 몬다. 벌써 새벽 공기가 섬뜩하다. 여름이 늑장부리는 소위 간절기라 주섬주섬 껴입은 옷이 버겁기는 하지만 차 문을 열고나서니 많이 입은 옷이 참 다행스럽다. 먼저 강가로 나가니 그제야 동이 트며 여명(黎明)은 능숙한 붓질로 구름에 색을 입히고 있다. 태고의 적막함과 스산함이 엄습하는 가운데 여기저기 첨벙첨벙 물고기들의 자맥질!

코스모스밭의 원두막

어느새 햇살은 과거를 벗어던지고 나를 현실로 안내한다. 강을 뒤로하고 꽃들로 지천인 밭에 드니 코스모스다. 옛사람들은 코스모스를 집 안에 들이지 말라 했다. 집안의 처녀들이 바람이 난다나(?)... 길거리에서 살랑살랑 손을 흔들며 객(客)을 유혹하니 말이다. 참, 재미있는 우리 민족만의 말솜씨다.

햇살이 퍼지니 모든 만물이 제 색깔이다. 흰색, 분홍색 아니 자주색이 어우러져 이리 보면 붉은 밭이요 저리 보면 흰색인데 하나같이 손을 흔들고 있으니 어느 한곳에만 화답이 어렵다.

코스모스밭

원래 코스모스는 시골집 울타리, 논·밭길 어귀에 한 두름, 두 두름 피어 있어야 제격이다. 그러나 그런 풍경은 이제는 작심하고 찾아다니지 않으면 보기 어려운 풍경이 되었다. 다행히 간간히 인위적으로 심고 가꾼 대규모 식생(植生)들이 있어 보고 즐길 기회가 생긴다. 올 가을, 딱히 찾아갈 풍경이 없었는데 차로 한 시간 내에 꽃밭이 생겼다. 참, 다행이다. 조금 부지런만 떨면 남의 눈 안 띄게 소녀들을 만날 수 있으니...



[2019-10-28, 13:20:12]

트위터 페이스북
   
 
도봉구 통합예약
서울시 평생교육진흥원
국가 평생교육진흥원
교육부 블로그
도봉구 평생학습관 홈페이지(에듀피아)
도봉구 평생학습관 학습동아리(도봉드리) 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