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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과 굴소스

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이경걸 기자

한 번쯤 해보고 싶어서 열심을 냈던
여섯 번의 요리 교실이 지난주에 끝났다.

음식을 만드는 게 워낙 서툴러서
식재료를 다듬고, 썰고, 볶고, 끓이느라 쩔쩔매던 아저씨들이
마지막 즈음에는 간장 맛이 세다느니,
식초를 더 넣어야 했다느니 수다를 떨 정도가 되었다.

뚝배기 불고기

그동안 배워서 만든 요리는 대략 10가지.
묵은지 목살찜, 두부 양념 조림, 버섯 떡 불고기, 해물 짬뽕,
해파리 냉채, 버섯 콩나물밥, 뚝배기 불고기, 골뱅이 무침 등이다.

가짓수는 많지 않지만,
각각의 요리가 만들어낸 사연은 수십 수백 가지다.
어떤 이는 감히(?) ‘식생활의 자립’을 선언했고,
또 어떤 이는 더 많은 요리를 전문적으로 배우겠다며
지나친(?) 의욕을 보였다.

이번 요리 교실에서 내가 배운 것은
‘고명’의 의미와 ‘굴 소스’의 쓰임이다.
다른 사람들은 대강 알고 있었던 듯싶은데, 솔직히 나는 몰랐다.

‘고명’의 사전적 풀이는 이렇다.
[명사]
음식의 양념이 되면서, 음식의 모양을 꾸미기 위하여
음식 위에 얹거나 뿌리는 것의 통칭. 웃고명.
……• ~을 얹다.
……• ~을 뿌리다.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바로 그 ‘고명’이다.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니었다.

고명은 양념이 되고, 모양도 꾸미느라 얹거나 뿌리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걸 알았다.
이를테면,
당신에게 처음으로 올리는, 아무도 손대지 않은 음식입니다.
보세요. 음식 위에 얹은 계란지단이, 실고추가, 깨소금이
처음 놓인 그 자리에 살포시 놓여있지요?

라는.

오! 아름답다. 이 세상의 모든 고명이여!
이렇게까지 애틋한 보살핌이여!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온전한 고명을 먹었던가?
나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온전한 고명을 주었던가?

불현듯 짬뽕이 생각난다고? 어려울 거 하나도 없다.
오징어, 새우 등등의 해물과(또는 돼지고기나 쇠고기)
배추, 대파, 양파 등등의 채소를 순서에 따라 볶다가
적당량의 양념과 물을 부어 끓이면 그게 바로 짬뽕이다.
그런데 여기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짬뽕이 설설 끓는 어느 시점에서 딱 알맞은 양의 굴 소스를 넣는 것이다.
그래야 짬뽕이고, 그것이 짬뽕의 맛을 지배한다.
예컨대,
세상의 모든(?) 짬뽕에는 모름지기 굴 소스가 들어간다는 것인데
여태까지 나는 그걸 몰랐다.

짬뽕

오! 위대하다. 이 세상의 모든 굴 소스여!
이렇게까지 강력한 지배력이여!

나는 지금까지 어떤 일에서 딱 알맞은 양의 굴 소스였던가?



[2020-02-27, 13: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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