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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백산 적멸보궁 정암사
《조수봉의 포토에세이》

글 · 사진 조수봉

만항재 오름길에 적멸보궁 정암사(淨巖寺)를 찾은 날은 긴 장마 통에 궂은비가 오락가락하는 날이었다. 하지만 그 덕인가, 한껏 맑은 산 냄새와 우렁찬 계곡 물소리에 언뜻 출가의 지경에 이른 듯한 심경이다. 일주문 앞에서부터 비와 물소리에 한껏 짙어진 사방의 푸름은 시력을 몇 배나 올려 주고, 스치는 스님의 잿빛 옷자락의 펄럭임은 붓 자락에서 피어나는 수묵화라!

정암사 일주문
▲ 정암사 일주문

원래 주소상으로는 함백산 자락의 정암사지만 크게 잡아 ‘태백산 정암사’가 본래 이름이다. 정암사는 자장율사와 인연 있는 사찰이다.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의 계시로 태백산 갈반지(葛磻地/칡넝쿨이 엉켜있는 곳)를 찾아 석남원(石南院)을 창건(645년)하니 그 절집이 바로 오늘의 정암사다.

적멸보궁 입구 선장단(禪杖壇)에 한 그루 고목이 있다. 이 나무는 자장율사가 정암사를 창건하고 짚고 다니던 주장자를 꽂아 신표로 남긴 나무다. 오랜 시간이 지나며 회생 성장하여 가지의 잎이 무성하다. 자장율사를 뵙는 듯하다.

자장율사 지장자 고목
▲ 자장율사 지장자 고목

경내 한 켠 범종루에서 수마노탑에 오르는 일심교(一心橋) 아래 계곡물에는 열목어가 서식한다. 우기에 불어난 물소리는 빼어난 경치에 입체감을 더한다. 범종각과 일심교와 계곡물의 어울림은 한 폭의 그림이다.

범종루, 일심교와 열목어 서식지
▲ 범종루, 일심교와 열목어 서식지

또 다른 계곡을 따라 쳐진 담벼락을 계곡물이 휘돌아 나온다. 쾅쾅대는 물소리는 개벽의 소리인가, 깨우침의 독려인가?

정암사 계곡
▲ 정암사 계곡

일심교를 건너 약 10분 정도 가파른 계단 길을 오르면 ‘수마노탑(水瑪瑙塔)’을 만난다. 마노석(瑪瑙石)은 불교에서 말하는 7보석 중의 하나이다. 자장율사가 당나라에서 석마모니 진신 사리를 모시고 귀국할 때 서해 용왕이 자장율사의 도력에 감동하여 마노석을 주었고 그 마노석으로 탑을 세웠는데 그 돌들을 물길을 따라 가져왔다 해서 앞에 ‘수(水)’를 붙여 ‘수마노탑’이라 하였다. 이 탑은 보물 제410호였는데 국보 제332호(2020.6.25.)로 승격되었다.

수마노탑
▲ 수마노탑

수마노탑에 올라 사방을 둘러보니 사바세계가 온통 짙푸른 녹색이다. 그 안에 온갖 만물 생명이 복닥거리고 있다. 10분여 짧은 시간의 차이로 올랐을 뿐인데 여기는 또 다른 세상이다. 정신을 깨우던 푸른 냄새도, 쾅쾅거리며 깨우침을 독려하던 계곡의 물소리도 들리니 아니한다. 다만, 들릴 듯 말 듯 부처의 목소리가 저 아래 절집 당우 처마 끝으로부터 바람을 타고 퍼질 뿐이다.

수마노탑에서 본 정암사 전경
▲ 수마노탑에서 본 정암사 전경



[2020-08-28, 10:0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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