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사진 조수봉
한양도성 성곽 따라 50여 리를 돌아보니 이제야 왜 한양 땅이었는지, 왜 여기가 서울 땅인지를 알 수가 있다. 백악, 낙산, 인왕, 목멱 내사산(內四山)이 서로 손을 잡아 그 안에 백성들의 터를 만들었다. 그 안에 숲이 있고 논밭이 있고 물이 흐르고 그리고 길을 내었다. 우람한 암장이 흘러내렸나 싶으면 푹신한 흙이 길을 내주고 바위가 기묘하다 싶으면 이야기가 있다. 순간 불쑥 튀어나온 곡장(曲墻)에는 병사들의 두런거림이, 너럭바위 위에는 길손의 피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백악을 주산(主山)으로 좌청룡 우백호를 두고 목멱산을 안산(案山)으로 삼으니 그 안에 청계(淸溪)가 흐른다. 인의예지(仁義禮智)로 사방에 문을 내고 각각 흥인지문, 돈의문, 숭례문, 숙정문을 삼았다. 그리고 그 가운데 신(信)을 세우니 보신각이다.
▲ 한양도성 순성길 인왕산 구간의 울창한 소나무 숲 사이로 숙정문 지붕과 성벽이 보인다
가을이 오면 한양도성 성곽 길은 더욱 화려해 진다. 울긋불긋 물감 색 사이로, 보일 듯 숨은 듯 한줄기 성곽이 내닫고 있다.
▲ 한양도성 순성길 인왕산 구간의 성곽
한양도성 순성길 중 특히 낙산구간은 외성과 내성을 들락거리며 돌아볼 수 있다. 암문을 나서면 바로 일반인들의 거주지를 만날 수 있다. 허물어진 성벽은 다시 세웠다. 옛 돌을 찾아 다시 쌓고 그 위에 새 돌을 얹어 옛 모습을 갖췄다.
▲ 한양도성 순성길 낙산 구간의 성곽
이번 가을에는 한양도성을 순성(巡城)해 보자. 어느 곳에서는 옛이야기를 얻을 수 있고 어느 곳에선 옛 그림을 볼 수도 있다. 혼자도 좋고 친구나 가족끼리도 좋다. 백악의 능선에서 인왕의 범바위에서 낙산의 산책로에서 그리고 남산 자락의 성곽마루에서 우리는 누구나 겸재 정선이 될 수 있다.
▲ 한양도성 순성길 남산 구간에서 본 서울 시내 전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