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조수봉 기자
도봉옛길 호젓한 고갯길을 터벅걸음으로 넘어간다. 고요와 만추의 냄새가 딴 세상이다. 얼마 전 이 길은 맹하의 더위에 땀깨나 흘리며 가쁜 숨으로 넘던 길인데 어느새 초록이 갈색으로 바뀌고 바람조차 청량한 길이 되었다.
고갯길 넘어 나와 도봉동문(道峯洞門) 앞에 서니 여기가 서원마을(書院洞)! 그나마 사람 소리 북적였을 이곳, 지금은 그 소리들 오랜 바람결에 다 날려 버렸다. 내려가면 속세요 오르면 동천(洞天)이다.
도봉동문 돌아들어 계곡 따라 오르니 단출한 정자 한 채, ‘학들이 날아오는 아름다운 다락집’, ‘가학루(駕鶴樓)’다. 여름날, 정자 마루에 잠시 앉아 비라도 피할라치면 제법 쾅쾅거리는 물소리에 사람 속내 쌓인 한을 다 휩쓸고 갔을 터인데, 만연한 추색에 부는 바람은 가슴 한편에 공허한 구멍을 만들뿐이다.
가학루 뒤 켠 바위에 제일동천(第一洞天)을 새겼다. 동천은 ‘절경 입구’요 제일이 붙었으니 가히 천하의 절경으로 드는 곳이다. 그리고 그 옆에 오언시, 洞中卽仙境 洞口是桃源... 동천 안은 선경이요, 그 입구는 무릉도원이라!
이미 왔을 학들은 보이지 않고 이번 겨울 눈 내린 가학루는 또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