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 e-뉴스레터

 
트위터 페이스북
다시 읽는 이 책 ① 『말의 품격』 / 이기주 지음 / 황소북스
내 ‘말’은 한 송이 ‘꽃’이 될 수 있을까?

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이경걸 기자


말의 품격 책 표지

보름쯤 전에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분이 카톡을 보냈습니다. 첫 직장에서 부하직원과 상사로 인연을 맺은 이후 앞서거니 뒤서거니 중년을 함께 보냈고, 어느덧 거의(?) 노년에 이른 지금에 이르러서는 ‘큰형님’과 ‘셋째 동생’ 정도의 관계를 맺고 있는 분입니다.
그런데 ‘형님’이라 부르자니 행여 버르장머리가 없을까 싶어서 감히 부를 수 없고, ‘동생’이라 부르자니 왠지 좀 소홀히 대하는 게 아닌가 싶어서 차마 부르지 못하니, 나는 그분을 “교수님!”이라고, 그분은 나를 “이 사장!”이라고 부르며 사이좋게 늙어가고 있습니다.
그분이 “교수님!”인 건 맞습니다. 현직(現職)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 사장!”이 아닙니다. 전직(前職)입니다.

카톡의 문장은 간단했으나 명료했습니다.
“책 한 권 보낼게. 좀 봐줘. 고마워.”
무슨 말인지 단박에 알아차렸습니다. 수업 교재로 쓰는 책을 보완(補完, 모자라는 것을 보충해서 완전하게 함)하여 개정판을 내려고 하니 교정과 교열을 부탁한다는 것이지요. ‘놀이로 배우는 말하기 학습 워크북 3.0’ 『자신 있게 말하자』라는 책이었습니다.
책을 받고 조금 놀랐습니다. 대학교에서 전문적으로 ‘말’을 가르친다는 것을 미처 몰랐던 데다가, 그 수업이 이론과 실습을 병행하며 매우 촘촘하고 다양하게 짜여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새삼스레 ‘말’에 대한 깊은 사색과 성찰을 담고 있는 책 한 권이 생각났습니다. 오래전에 읽었을 때 매우 큰 울림을 주었던 책, 이기주 작가가 지은 『말의 품격』입니다. 네, 맞습니다. 『글의 품격』, 『언어의 온도』와 한 세트로 읽기를 권고(勸告, 어떤 일을 하도록 권함)하는 바로 그 책입니다.

‘당신의 말이 누군가에게 한 송이 꽃이 되기를’ 바란다는 이기주 작가의 ‘바람’은 진심인 듯합니다. 다시 『말의 품격』을 꺼내 처음부터 끝까지 빠른 속도로 읽고, 또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느릿느릿 곱씹으며 읽는 동안 수십 번 넘게 머리를 끄덕일 만큼 다시 ‘공감’하고 ‘감동’을 했으니 말입니다.
어떤 문장에는 연필로 한 번, 빨간 볼펜으로 한 번 더 밑줄이 그어져 있습니다. 그만큼 그 문장이 들려주는 ‘말’을, 그 문장이 담고 있는 ‘의미’를, 그 문장이 드러내는 ‘품격’을 내 마음속에 고스란히 옮겨 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간절했나 봅니다.

『말의 품격』은 크게 다섯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서문, 1강 이청득심(以聽得心), 2강 과언무환(寡言無患), 3강 언위심성(言爲心聲), 4강 대언담담(大言淡淡 ; 원문의 한자 ‘담담’에는 삼수변이 없습니다. 그런데 제 컴퓨터에 그 글자가 없어서 삼수변이 있는 ‘담담’으로 표기하였습니다)입니다.

보통의 경우 책을 리뷰(Review) 하거나 소개하거나 권할 때, 그것을 하는 사람의 의견과 생각을 덧붙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것을 받는 사람에게 뭔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덧붙여진 의견과 생각이 도움은커녕 오히려 심각한 방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말의 품격』을 다시 곱씹어 읽다 보니 저절로 그렇게 깨달아졌습니다. 그래서 그 깨달음을 실천하기로 했습니다. 보잘것없는 나의 의견과 생각을 생략함으로써 나의 ‘말의 품격’을 드높이자고. 그리고 이 책이 품고 있는 ‘품격의 가치’를 지켜내자고.

『말의 품격』에서 엄격하게 골라낸 ‘품격 있는 말’을 옮겨 적으며 이만 총총.

“사람의 입에서 태어난 말은 입 밖으로 나오는 순간 그냥 흩어지지 않는다. 돌고 돌아 어느새 말을 내뱉은 사람의 귀와 몸으로 다시 스며든다.”

* 이청득심(以聽得心) - 들어야 마음을 얻는다

“삶의 지혜는 종종 듣는 데서 비롯되고 삶의 후회는 대개 말하는 데서 비롯된다.”

“잘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잘 들어야만 한다. 당대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그의 말할 권리를 존중하고 귀를 기울여야 상대의 마음을 열어젖히는 열쇠를 손에 거머쥘 수 있다.”

* 과언무환(寡言無患) - 말이 적으면 근심이 없다

“인간의 가장 깊은 감정은 대개 침묵 속에 자리하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칼에 베인 상처는 바로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는 말은 진리에 가깝다.”

“상대의 단점만을 발견하기 위해 몸부림친다는 것은, 어쩌면 스스로 내면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것인지 모른다. 슬픈 일이다. 남을 칭찬할 줄 모르면서 칭찬만 받으려 하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르면서 존중만 받으려 하고 남을 사랑할 줄 모르면서 사랑만 받으려 하는 건, 얼마나 애처로운 일인가.”

* 언위심성(言爲心聲) - 말은 마음의 소리다

“사람이 지닌 고유한 향기는 사람의 말에서 뿜어져 나온다.”

“말과 글에는 사람의 됨됨이가 서려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 사람의 품성이 드러난다. 말은 품성이다. 품성이 말하고 품성이 듣는 것이다.”

“언어처럼 극단을 오가는 것도 드물다. 내 말은 누군가에게, 꽃이 될 수도 있으나 반대로 창이 될 수도 있다.”

* 대언담담(大言淡淡) - 큰 말은 힘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은 우주를 얻는 것과 같다.”

“편견의 감옥이 높고 넓을수록 남을 가르치려 하거나 상대의 생각을 교정하려 든다. 이미 정해져 있는 사실과 진실을 본인이 쥐락펴락할 수 있다고 믿는다. 상대의 입장과 감정은 편견의 감옥 바깥쪽에 있으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다.”



[2021-02-19, 15:45:23]

트위터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