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조수봉 기자

봄은 갑자기 왔다. 온다고 기별도 넣지 않은 채 어느 날 밤을 지내고 나니 그렇게 갑자기 왔다. 한번 온 봄은 자꾸자꾸 꽃을 피워댄다. 여기도 환하게 저기도 환하게 말이다. 또 그렇게 자꾸 피워대니 “너도 예쁘다, 쟤도 예쁘다.” 하기도 벅차다.

▲ 개나리 흐드러진 응봉산 아래 전철도 나른한 봄볕에 길게 누웠다 ⓒ조수봉

흐르다 잠시 쉬는 강물도 어느새 물오른 버드나무에 몸을 기댄다. 버드나무 인사를 받고도 떠날 줄을 모른다. 가긴 가야 할 텐데 안 가는 건지 버드나무가 물줄기를 잡고 늘어지는 건지…. 하여튼 봄날은 모두 주저앉아 잡고 늘어져야 속이 편한가 보다.

▲ 한강 변, 그리고 버드나무… ⓒ조수봉

절집, 다래헌(茶來軒) 대문 위에 꽃나무가 빗자루질이다. 제가 어지럽힌 수많은 꽃잎을 쓸어내린다. ‘네 잘못 아닌 그건 바람 탓인데…’, 이나저나 그것도 보시(報施)라! 가지에 얼마 남지 않은 꽃잎이 어찌 보기 좋음은 뺄셈의 미학인가?

▲ 봉은사 다래헌(茶來軒) 대문과 벚나무 ⓒ조수봉

절집 당우에 기대어 이 봄 제일 먼저 부산을 떨며 꽃망울 터뜨린 꽃, 산수유는 아직도 태어날 때 그 모습 그대로다. 다른 꽃들 벌써 왔다 가느라 분주함에도 청람(靑藍)한 비단 폭에 감싸여 봄볕을 즐긴다.

▲ 봉은사 대웅전 옆의 산수유나무 ⓒ조수봉

“벚나무에게, 그래 봄꽃은 네가 제일이다!”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바람 한 결에 함박눈을 뿌려대는 그 장쾌함. 그런데 좀 더 느긋하면 안 될까? 그리 급히 갈 걸 뭣 하러 왔더냐도 싶네만, 내년에 또 오마고 손사래다. 참, 만날 날을 길게도 잡는다!

▲ 우이천 봄 풍경 ⓒ조수봉

봄은 은은한 수묵화다. 꽃이 만개하든 빨리 져 버리든, 색이 붉든 노랗든 봄꽃은 안으로 스민다. 파란 하늘 보자기에 잠시 싸 두었던 목련은 이 봄이 가기도 전에 벌써 구름을 탄다. 너마저 왔다가 그리 빨리 갈 것을….

▲ 봉은사 가는 길에 ⓒ조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