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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사의 러시아 이야기 ②
바퀴벌레와 찬물과의 전쟁

도봉구 평생학습 서포터즈 정지혜 기자

1년의 러시아 유학을 끝내고 학부생활을 하기위해 간 도시는 볼고그라드 즉 예전에 스탈린그라드 라고 불렸던 도시였다. 볼고그라드는 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에서 기차로 20시간이 걸리는 남쪽에 위치해 있다. 아마 아시는 분들은 세계 제2차대전시대의 유명한 스탈린그라드 전투로 알 것이다.

학부생의 입학은 쉽지 않았다. 일단 예비학부(подготовительный факультет)부터 시작을 했다. 예비학부란 말그대로 외국인을 위한 예비학부여서 러시아어의 기본인 알파벳부터 배웠다. 이때부터 난 알았다. 나의 러시아어는 정말 말그대로 형편없었다. 예비학부가 끝나고 입학한후 러시아에서 대학을 다니면서 제일 힘든 점은 당연히 언어와 문화였다. 보통 우리나라에선 학생이 듣기만 하는 강의 위주였지만 러시아는 학생들이 많이 참여하고 특히 토론 위주의 수업이었다. 나는 그전까지 내가 이렇게 나의 생각을 전달 못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적이 없었다. 수업시간만 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물론 러시아어를 초반엔 잘 못한 것도 큰 이유였지만 다른 유럽권에서 온 친구들은 그래도 자신의 의견을 어설픈 러시아어로 말하곤 하였다. 그래서 나도 에라잇 모르겠다 뭐! 어때 하며 나의 의견을 말했다. 시간이 흘려 점점 러시아어가 익숙해지던 무렵 ….


러시아 기숙사 내부
▲ 러시아 기숙사 내부


러시아 기숙사 외부
▲ 러시아 기숙사 외부

나에게 작지만 크나큰 문제가 생겼다. 바로 기숙사에 살기가 점점 힘들어 지기 시작했다. 다들 아니 기숙사에 사는 것이 무슨 문제야? 라고 생각 할수도 있다. 하지만 보통 러시아의 기숙사는 한국과 너무 달랐다. 일단 러시아의 기숙사는 바퀴벌레가 너무 많았다. 샤워하다 보면 머리위로 바퀴벌레가 퐁 하고 떨어지고 자다 보면 바퀴벌레가 나의 몸을 스스슥 타고 지나다녔다. 정말 나는 말그대로 바퀴벌레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생각보다 러시아의 바퀴벌레 약은 소용이 없었다. 계란에 붕사 설탕을 넣고 만들어서 구석구석에 넣고 기다렸지만… 하…정말… 한순간 만의 효과만 있었다. 처음엔 정말 징그러웠지만 나중엔 맨손으로 잡는 지경까지 왔다. 제일 화가 나는 순간은 항상 밥먹을떄 스스슥스슥 하며 내 식탁위에 올라왔다. 결론은… 자포자기 였다. 나 자신만 화가 날뿐… 이 뿐만 아니라 겨울 영하 20도의 날씨에 찬물밖에 안 나오는 경우가 자주 있었다. 아침에 일어나 얼음장 같은 물로 머리를 감을 때마다 … 정말 나의 뇌가 꽝꽝 어는 느낌이었다. 머리에 물을 뿌리는 순간 끄윽! 거리며 혼자 발을 동동 구르며 머리를 감고… 멍하니 머리를 말렸다.
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맞는 것인가? 앞으로 적어도 5년을 더 살아야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을 하니 보통 스트레스가 아니였다. 결론적으로 나는 쉐어하우스를 구해서 기숙사를 나갔다.

다음 엔 쉐어하우스를 구했던 어처구니 없는 과정과 쉐어하우스에서 같이 살던 러시아 할머니의 이야기로 만나기로….



[2021-04-20, 17: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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